미네르바 사태를 보면서

어저께 메신저에서 처음 미네르바가 잡혔데라는 소리를 들었을때는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했다. 잡을려면 예전에 족칠수 있었을텐데 왜 하필 이제서야 라는 의문과 함께 그간 무언가 새로운 사실이 있었는가 정도의 의문이였다. 긴급체포 사유는 연말 환율에 관한 정부 지령 공문 유포라는 허위사실을 넷상에 퍼트렸다는 내용이였으며 그와 함께 적혀 있는 사실은 공고 - 전문대 졸 출신이라는 그간 자신이 말해왔던 것과는 상당한 괴리감이 있는 이력이 기사의 내용이였다.

환율 공문과 같은 사실을 넷상에서 말했다고 긴급체포의 형태를 띄어야 하는 점은 웃을수 밖에 없지만 그의 이력과 체포 시점과 진위여부는 아직까지도 넷상에 떠도는거 같다.

뭐 일단은 잡힌 미네르바가 가짜일 가능성은 한없이 낮다고 본다. 이 정권이 아무리 세기말 막장 전설에 도전하는 집단이긴 하지만 고작 네티즌 하나의 신분을 변조해가면서 까지 이런 일을 벌일 이유는 없다고 본다.

숱한 경제 전문가, 경제 전문지, 신용평가사들의 가혹한 평가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떳떳함을 주장해 온 사람들 아닌가? 미네르바 일 개인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봐야 S&P나 피치, 로이터, 파이낸셜 타임즈, 월스트리트 저널들 보다 더 권위가 있을리는 없으며 설사 그 수준이라고 해도 그냥 앞에 언급된 권위들 중에 하나 더 추가하면 끝날 일이다.

그런데 개인의 신분을 위조한다라는 한없이 크나큰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까지 굳이 일 개인의 이력을 변조했을리는 없다고 본다. 정말 그가 동일 인물이 아니라면 그 글만으로도 자신이 아는 사람인지 어떤지는 구별할 수 있다는게 내 생각이기도 하다. 실제로 나 자신도 아고라에서 낯익은 사람의 글들은 금방 잡아낸 뒤 웃기도 했고 게다가 확인사살까지 했으니...아무튼 완벽하게 속이기에는 매우 어려운 성질의 사기행각을 굳이 했을리는 없다고 본다. 하긴 이것도 카르텔의 대보스 나으리가 워낙 신뢰도 바닥인 인물인지라 참 내가 말해도 멋적긴 하지만...~_~




그의 이력과 행적의 일치 여부인데 이력을 속이는 것은 좀 웃기는 일이긴 한데 역시 반대쪽에서도 아주 잘 이용해 먹을듯하다. 그의 예언자적인 행세가 결국 파토가 난것이기도 하겠지만 그의 예언 내용은 굳이 그의 예언이 아니더라도 그와 비슷한 예측을 한 이들은 많으며 아무튼 사실이 되었다.

사실 미네르바의 문제는 신뢰의 문제였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불길한 전망을 내놓았지만 자신있게 No라고 외쳤고 그 불길한 전망에 다시 수많은 권위자들이 가세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다가 예측이 현실이 되자 화들짝 거리는 정부의 모습은 경멸의 도를 넘어서서 우스울 지경인 것이였다.

아무튼 그간 중요한 예측 중에서 정부는 형편없이 틀렸고 미네르바는 맞았다.

시장에서의 평가는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사람들이란 또 그런 것이고 그것이 바로 그들이 그렇게 금과옥조 처럼 이야기 하는 시장원리 란 그런것이다.

극단적으로 이야기 해서 무당이 쌀점으로 경기전망을 예언해도 경제학자가 재정적자, 가계저축율, 가처분소득 현황, 실업지수등으로 예측한 경기 예상보다 더 잘맞는다면 무당은 살아남고 경제학자는 실업자가 되는게 바로 시장원리이며 - 어디까지나 예다 - 까놓고 이야기 해서 우리의 친애하는 대보스와 만수횽아의 말을 듣고 내가 주식을 살일은 한없이 제로이지만 미네르바의 예측을 보고 풋옵션 살 마음이 들 가능성은 그보다는 훨씬 높을 것이다.

현재 정부의 경제에 대한 전망과 대책이 무당이 쌀로 점치는 것만도 못하다고 보는 나로써야 어쩔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실제로 정부의 말을 믿고 주식을 샀으면 반토막이 났을거고 반대로 갔다면 최소한 본전 이상은 갔을거니....

정권의 속성상 미래를 밝게 포장하는 건 어쩔수 없지만 정도란 것은 있는 법이다. 아파트 밑층에 불이 났는데 괜찮으니까 가만히 있으세요라고 안심시킨 뒤에 불이 옮겨 붙어서 집이 다 타버린 사람의 심정이야 뭐 알만하지 않는가?



예언자 목을 확실히 비틀어 버리기는 했지만 갈길이 매우 멀다. 비록 아고라와 같은 곳에서 인정 받지 못해서 그렇지 그와 비슷한 예상을 한 사람과 집단은 숱하게 넘치고 흐른다. 미네르바가 공고 - 전문대 출신이라고 밝혀졌다고 해외 신용평가사나 경제전문지의 전문가들이 한국에 대한 전망을 바꿀일도 없다.

아무리 미네르바에 대한 예측치를 낮게 잡아도 4대강 정비하고 나면 강둑에서 건어물 팔 수 있어서 좋지 않겠냐 하는 말보다야 미네르바의 가치가 훨씬 높을것 같으며 예언자가 죽어도 현실이나 미래가 바뀔 가능성은 별로 없거니와 비관론을 설파했던 전문가들이 예언자와 동일한 부류일리도 없을테니 말이다.



미네르바 자체만 놓고 보면 전문가가 아닌 예언자였던 셈이다. 다만 그가 자신이 한말과 다른 아마츄어라서 비웃음을 받기야 하겠지만 그 결과물 보다도 못한 결과를 낸 전문가들은 반성을 좀 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Ps...진위여부의 논쟁은 아직도 진행중인가 보다!!! 거의 나라 전체를 개그 콘서트로 만들고 싶은가 보다.

글 쓴 미네르바가 두명이상이거나 신동아 투고자가 또 다르거나 하는 경우의 폭발력은 상상하지 않기도 했다.

by 페페 | 2009/01/09 18:08 | 일상-잡담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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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건전유성 at 2009/01/10 12:28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미네르바의 목을 비틀어도...?
Commented by 페페 at 2009/01/10 16:25
이제 황혼 무렵인데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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